항해의 돛을 접고 잔을 채울 때

항해의 돛을 접고 잔을 채울 때

바람을 탐하던 팽팽한 돛을 내리고

물결의 숨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입니다.

나아감만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

멈추어 선 물결 위에서 비로소 배웁니다.

뜨겁게 끓어오르던 다짐들이

잔 속에서 잔잔히 식어가는 동안

지나온 항로의 거친 포말마저도

향긋한 온기로 마음을 채웁니다.

흔들리는 배 위에서 지켜낸 걸음들이

따스한 쉼표 속에서 깊은 뿌리를 내리니

우리는 멈춤으로써 비로소 더 멀리

나아갈 힘을 얻는 여행자입니다.

2026년 6월 21일에 처음 그린 마음의 풍경